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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엔의 일상이야기

눈 수술을 하기로 결정했다

by 아이엔 / ienground 2021. 4. 24.

어렸을 때부터 책을 누워서 보거나 하는 등, 시력을 감퇴시키는 일이라면 서슴지 않고 뭐든 했다. 물론 눈을 나쁘게 하고 싶어서는 절대 아니고, 그냥 평소에 하는 습관이 그랬다. 나중에는 컴퓨터 없이 살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 게임에는 끝이 있을 수 있겠지만 코딩에는 끝이 없다. 하루가 끝나갈 때까지 하면 하는 것이다. 이 꼬라지로 사니까 사람의 눈이 사람의 눈이 아니게 되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눈으로 공익을 받으면 그나마 위안이 될 것 같았다. 처음 신검을 받았을 때의 추세로 보았을 때, 내가 군대를 갈 즈음에는 눈으로 4급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11디옵터). 하지만 자랑스럽고 애국심이 절로 생기는 대한민국은 공익 컷을 -13 디옵터로 높였다. 자랑스러운 강제징용~ 덕분에 꼼짝없이 현역으로 가야 한다. 절로 욕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다. 

 

속된 말로 '존버'를 하고 있었다. 군대 갔다와서 라식 라섹을 하면 되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계속 기다리고 렌즈끼고 살고, 그렇게 살았는데 진짜 얼얼하게 뒤통수를 맞았다. 진짜 짜증나네. 그래서 그냥 눈수술을 하기로 결정했다. 아빠 말씀으로는 눈 교정 수술을 하고 군대 가면 조금 편할 수도 있다고 했다 - 안경이 불편하기 때문에. 그런데도 미리 하지 않은 이유는 어차피 군대는 불편하고 가기 싫은 역겨운 곳. 거기서 편해봤자 그냥 아무 생각 없을 것 같았다. 거기다가 거기서 겪을 수 있는 시력 감퇴조차 아까웠다. 거기서 지내는 1분 1초조차 역겹고 억울한데 시력 감퇴는 절대 겪고 싶지 않았다.

 

근데 어차피 공익도 못 받는데. 이판사판이다. 그냥 편하게 살려고 눈 수술을 하기로 했다. 렌즈 없이 약속을 안 잡는 나라서 4/30 눈 수술을 하기 전까지 렌즈를 착용하지 않고 동시에 아무 약속도 잡지 않았다. 맨눈으로 또렷한 사물을 봤던 기억이 이젠 나지 않는다. 왜인지 태어났을 때부터 눈이 안 좋았던 것만 같은 기억. 이제는 원래대로 돌아갈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