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이엔의 일상이야기

전역을 하면서

by 아이엔 / ienground 2023. 8. 13.

 블로그에 쓸 게 엄청 밀렸는데 그 중에서도 시기를 놓치면 안 되겠다고 생각한 게 바로 이것에 관한 것이었다. 전역! 남들 다 하는 군생활 이제 끝났다고 자랑하는 것도 아니지만 어쨌든 끝났고 몸 다치지 않고 끝났으니 나름의 자랑거리 아니겠냐 싶다. 참 시간이라는 게 빠르다 싶은데, 항상 모든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면서 그냥 엊그제같은 느낌이 많이 든다.

 

 그렇게 싸돌아다녀도 한 번을 두 줄이 나온 적 없던 2021년과 2022년의 나는 입대 직전 갑자기 미결정이라면서 코를 다시 쑤시라고 통보를 받았다. 아뿔싸, 지금 걸리면 군대도 못 가고 모든 플랜이 어그러지는데 .. 라며 걱정했었던 입대 전 날. 그리고 다행히도 음성이라 군대를 갈 수 있어서 다행이었던 참 무시무시한 상황을 시작으로 훈련소 한 달, 후반기 한 달, 그렇게 자대 오고 첫 날. 아직도 너무 생생하다. 그러다가 또 첫 휴가를 나가서 못 논 만큼 아주 탈탈 털리게 놀고. 또 어떻게 있다가 생일 때 딱 나가서 아련했지만 행복했던 시간을 또 보내고. 군인이라는 신분에 자격지심 부리다가 사람한테 상처주고 떠나보내고 그렇게 또 있다가 휴가를 나가고. 같은 시간을 보내다가 겪어본 적 없었던 가족과의 영원한 이별을 군대에서 겪게 되면서 또 군인이라는 신분 때문에 마음대로 나갈 수도 없어서 결국 뵙지 못하고 보내드리고. 그렇게 있다가 말출 나오고 이제는 전역.

 

 그렇게 1년 반 동안 그 신분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몸부림을 쳤는데 그 날 아침이 되니까 세상이 참 평온했다. 마치 그 날이 아무런 날도 아니라는 듯. 1년 반 동안 고대하던 그 날이 되었는데 세상은 전혀 바뀌지 않고 원래 그랬듯 잘만 돌아갔다. 그렇게 다시 나의 세상으로 왔다. 길지는 않지만 또 짧지는 않았던 그 기간 동안 내가 망쳐놓은 것들은 제자리로 돌릴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처음에 입대하기 전에, 막연하게 군대라는 곳에 두려움이 가득하던 시절, 나는 내 자신을 잃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래서 팔에도 내 이름과도 같은 싸인도 새겨 두고 그렇게 나섰다. 그리고 지금 나는 그 때의 나를 잃지 않고 잘 지켜 왔을까? 솔직히 잘 모르겠다. 내가 변한 건지 - 세상이 변해버린 건지 - 

 

모든 게 제자리로 제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 몸은 제자리를 찾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