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이엔의 일상이야기

COVID-19 유행과 백신, 그리고 나에 관하여

by 아이엔 / ienground 2021. 12. 16.

 나는 안아키가 아니다. 대부분의 백신에 믿음이 없지 않았고 이때까지도 부모님 손 잡고 잘 맞아 왔다. 아프면 병원에 가서 약국 가서 약 사오는 평범한 다른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이번에도 부작용의 사례가 이렇게 많지 않으면, 20대의 COVID-19 사망률이 백신에 의한 사망률보다 낮지 않으면 진작에 맞았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렇지 않지 않은가. 백신의 효과를 떠나서 죽음이 주는 두려움은 나를 백신으로부터 멀리 떨어뜨려 놓았다.

 

 현 정부는 강요가 아니라면서 미접종자를 사회적 고립시키고 있다. 꼭 발목에 물리적 족쇄를 묶어 놔야 그게 강요인가, 사회적으로 그 사람을 말살시키면 그게 강요다. 그리고 내가 사회적으로 이미 고립이 되었다던가 만날 사람이 없으면 상관없었겠지만, 애석하게도 그런 사람이 아니다. 생각보다 만날 사람이 많고, 군대 가기 전에는 한번 보고 싶은 얼굴이 있고, 맨날 보고 싶은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그게 미접종자라는 이유로 계속 제한을 시키고 있다. 미접종자를 감염자 이상으로 취급하고 있으니 열이 받기 시작했는데 -

 

 16일 오늘 대단한 정책을 가지고 오셨더라. 이젠 같이 먹지도 말란다. 영화관까지는 OK - 사실 OK도 아니였지만 그래도 여가 생활에 속하는 범주니까 이해가 아예 안 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접종자와 미접종자가 대체 무슨 상관 - 였는데, 이젠 밥도 혼자 먹으라고 한다. 이럴 수가! 그게 강요다. 그게 강요라고. 부작용에 책임져주지 않으며, 백신 때문에 아프다고 인정도 안 해주는데, 그리고 이제 집단면역이 진작에 되어야 할 접종률인데 그렇지도 않은 것에 관해서 백신의 성능에 의심이 되는 이 상황에서 - 백신을 더욱 강요하고 있다.

 

 나는 굴복했다. 힘 없는 대한민국의 이름 모를 22살의 끝을 달려가고 있는 대학생은,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사는지 모를 그 윗대가리들의 탁상공론을 통해 나온 의미없는 정책에 굴복했다. 이 바이러스에 걸리지 않기 위함도 아니오, 사회적 시선이 따가워서도 아니오, 그냥 공권력에서 자꾸만 침해하는 내 일상의 최소한만이라도 지켜내기 위해, 앞으로 살 날이 훨씬 많이 남은 삶과 잠깐의 내 일상을 맞바꾸었다. 

 

 그렇게 나는 져 버렸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 채.

 

 

'아이엔의 일상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입대  (1) 2022.02.07
시작 2022  (0) 2021.12.31
6월의 시작  (0) 2021.06.01
학생회 선거 준비 중  (0) 2021.05.07
군침이 싹 도는 내일은 시력교정 수술  (0) 2021.04.29